2016.05.05 (목)
5월 5일 어린이날, 나는 제주 사려니숲길을 걷고 있다.
사려니숲길은 비자림로를 기점으로 물찻오름, 사려니오름을 거쳐가는 산책길로 삼나무가 우거진 숲길이다. 걷는 내내 졸참나무, 서어나무, 때죽나무, 편백나무, 삼나무 등 다양한 수종과 함께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어 올레길, 비자림 숲길과 더불어 제주에서 꼭 걸어봐야 할 산책로이다. 총 10km 정도의 길은 천천히 걸으면 3-4시간이 걸리는데 한번 들어서면 반대쪽에 도착하기 전까지 중간에 빠져나오는 길이 없으므로 미리 충분한 물과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 사려니숲길은 비자림로 또는 붉은오름에서 접근할 수 있는데, 나는 5.16도로를 지나 서귀포시와 제주시를 오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교래입구에서 하차하여 비자림로 쪽에서 출발하기로 한다.
▼ 조금 흐린 듯한 날씨여서 그런지 걷는 사람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 버스를 타고 교래입구에서 걸어왔더니 벌써 점심시간. 숙소앞에 있는 카페에서 주문한 대왕버거를 펼쳐본다. 진짜 크기는 엄청 크다. 웬만한 피자 크기만 한데 두께가 있어 결국 두 사람이 다 먹지 못하고 남겼다. 물보다 콜라가 아쉬웠던 점심 식사였다. 식사 내내 울어대던 까마귀, 배가 고팠나? 조금 나눠줄걸.
▼ 푸르름이 가득한 숲길은 쌀쌀하게 느껴질 정도.
▼ 사려니숲길에는 나무가 많지만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식물군도 많이 눈에 띈다. 사방이 죄다 푸른색.
▼ 쉬엄쉬엄 걷다보니 천미천 도착. 식사까지 포함해서 대충 한 시간 정도 걸린 듯하다.
▼ 흙길만 계속되는 것은 아니고 중간중간에 시멘트로 포장된 도로도 나타난다.
▼ 누구나 걸을 수 있는 사려니숲길이지만 일몰 후에는 출입이 제한되는 것 같다. 하긴 늦은 시간에 으스스한 숲길을 걷고 싶은 사람은 없을 듯.
▼ 붉은 황톳길이 나온다. 부드러운 진흙이라면 맨발로 걸어도 좋을 듯.
▼ 중간지점인 물찻오름 도착. 사려니숲길은 두 번째 걸어보지만 매번 올 때마다 물찻오름은 닫혀있었다. 2018년 후반기를 기대해야 하려나.
▼ 호젓한 숲길을 따라 이름 모를 식물들과 함께 걷고 있는데 바닥에 뭔가 꼬물꼬물 기어간다. 잘 살펴보니 실뱀이 열심히 길을 건너는 중. 혹여 밟을라 조심해서 비켜선다.
▼ 사려니숲길 절반을 넘어서니 관할구역이 바뀐다. 여기부터는 서귀포시 관할구역.
▼ 이제 거의 다 왔다. 바로 앞에 울창한 삼나무 숲이 시작된다.
▼ 어떻게 나무가 저렇게 똑바로 자랄 수가 있을까. 미국 삼나무(세쿼이아)는 멋대가리 없이 키만 큰 나무였는데, 이곳 사려니숲길의 삼나무는 눈높이 어림에 가지가 달려서인지 훨씬 정감 있게 보인다. 삼나무 숲에 서니 왠지 모르게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이 생각난다.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소설이 떠오르는 이유는 '숲'이라는 공통점 때문일까.
▼ 사려니숲길의 또 하나의 출입구, 붉은오름 쪽 입구에 도착한다. 식사도 하고 쉬엄쉬엄 걸었는데 3시간 40분 소요되었다. 가능할지 모르지만 언젠가 새하얀 눈에 덮인 사려니숲길을 걸어보고 싶다.
제주에서의 또 하루가 지나간다. 내일은 일출랜드 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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