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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제주,울릉도

2016 제주 여행 3일차 - 사려니숲길

by 실콘짱 2021. 2. 6.

2016.05.05 (목)

 

5월 5일 어린이날, 나는 제주 사려니숲길을 걷고 있다.

사려니숲길은 비자림로를 기점으로 물찻오름, 사려니오름을 거쳐가는 산책길로 삼나무가 우거진 숲길이다. 걷는 내내 졸참나무, 서어나무, 때죽나무, 편백나무, 삼나무 등 다양한 수종과 함께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어 올레길, 비자림 숲길과 더불어 제주에서 꼭 걸어봐야 할 산책로이다. 총 10km 정도의 길은 천천히 걸으면 3-4시간이 걸리는데 한번 들어서면 반대쪽에 도착하기 전까지 중간에 빠져나오는 길이 없으므로 미리 충분한 물과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 사려니숲길은 비자림로 또는 붉은오름에서 접근할 수 있는데, 나는 5.16도로를 지나 서귀포시와 제주시를 오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교래입구에서 하차하여 비자림로 쪽에서 출발하기로 한다.

▼ 조금 흐린 듯한 날씨여서 그런지 걷는 사람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 버스를 타고 교래입구에서 걸어왔더니 벌써 점심시간. 숙소앞에 있는 카페에서 주문한 대왕버거를 펼쳐본다. 진짜 크기는 엄청 크다. 웬만한 피자 크기만 한데 두께가 있어 결국 두 사람이 다 먹지 못하고 남겼다. 물보다 콜라가 아쉬웠던 점심 식사였다. 식사 내내 울어대던 까마귀, 배가 고팠나? 조금 나눠줄걸.

▼ 푸르름이 가득한 숲길은 쌀쌀하게 느껴질 정도.

▼ 사려니숲길에는 나무가 많지만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식물군도 많이 눈에 띈다. 사방이 죄다 푸른색.

▼ 쉬엄쉬엄 걷다보니 천미천 도착. 식사까지 포함해서 대충 한 시간 정도 걸린 듯하다.

▼ 흙길만 계속되는 것은 아니고 중간중간에 시멘트로 포장된 도로도 나타난다.

▼ 누구나 걸을 수 있는 사려니숲길이지만 일몰 후에는 출입이 제한되는 것 같다.  하긴 늦은 시간에 으스스한 숲길을 걷고 싶은 사람은 없을 듯.

▼ 붉은 황톳길이 나온다. 부드러운 진흙이라면 맨발로 걸어도 좋을 듯.

▼ 중간지점인 물찻오름 도착. 사려니숲길은 두 번째 걸어보지만 매번 올 때마다 물찻오름은 닫혀있었다. 2018년 후반기를 기대해야 하려나.

▼ 호젓한 숲길을 따라 이름 모를 식물들과 함께 걷고 있는데 바닥에 뭔가 꼬물꼬물 기어간다. 잘 살펴보니 실뱀이 열심히 길을 건너는 중. 혹여 밟을라 조심해서 비켜선다.

▼ 사려니숲길 절반을 넘어서니 관할구역이 바뀐다. 여기부터는 서귀포시 관할구역.

▼ 이제 거의 다 왔다. 바로 앞에 울창한 삼나무 숲이 시작된다.

▼ 어떻게 나무가 저렇게 똑바로 자랄 수가 있을까. 미국 삼나무(세쿼이아)는 멋대가리 없이 키만 큰 나무였는데, 이곳 사려니숲길의 삼나무는 눈높이 어림에 가지가 달려서인지 훨씬 정감 있게 보인다. 삼나무 숲에 서니 왠지 모르게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이 생각난다.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소설이 떠오르는 이유는 '숲'이라는 공통점 때문일까.

▼ 사려니숲길의 또 하나의 출입구, 붉은오름 쪽 입구에 도착한다. 식사도 하고 쉬엄쉬엄 걸었는데 3시간 40분 소요되었다. 가능할지 모르지만 언젠가 새하얀 눈에 덮인 사려니숲길을 걸어보고 싶다.

 

제주에서의 또 하루가 지나간다. 내일은 일출랜드 가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