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21 (화)
지난 금요일부터 왼손 둘째 손가락이 이유없이 부어오르더니 주말을 지나면서 참기 힘들 정도의 고통까지 수반했다.
일요일에 바늘을 불로 소독한 후 상처부위를 찔러 약간의 고름을 뽑아내기는 했지만,
섣불리 건드린 탓인지 월요일 아침이 되자 손가락이 거의 두배 크기가 되고 말았다.
손톱을 바짝 깍는 편이라 가끔 손톱 주위가 곪은 적이 있어 그리 큰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이번 경우는 좀 심각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생인손 증상이다.
생인손
생인손(표저)은 손가락 끝과 속질의 폐쇄된 지방조직으로부터 발생하는 것으로 조갑 주위염보다 더 심각한 질환이며 심한 통증과 욱신거림을 동반합니다(그림 2). 보통 수술적 배농과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며 조기에 치료하지 못하면 연부 조직의 파괴가 일어나고 심한 경우 뼈를 침범하게 됩니다.
[http://m.koa.or.kr/infor/index.php?mv1=9&mv2=16 참조]
손/발에 관련된 염증은 피부과나 일반 외과에 가는 것이 아니라 정형외과에 가야한다고 해서 월요일 아침 부랴부랴 병원을 찾기 시작하는데, 역시 당일 예약은 쉽지 않다.
간신히 충남대학교 병원에 예약을 하고 의사를 만났는데 치료가 아닌 항생제 처방만 해준다.
목요일까지 기다렸다가 차도가 없으면 수술을 해야한다고 한다.
부분마취로 가능항 작은 수술이 아니고 큰수술이 될 것이라고, 헐~
X-Ray까지 찍고, 별것 아닌 항생제 처방 받는데 3만원이 들었다.
항생제를 먹고 하루가 지났는데 증세가 더 심해진다.
이제는 염증부위가 새까맣게 변해가면서 엄청난 고통이 수반된다.
치통보다 더 심한 통증이 생인손이라더니 밤새 한잠도 못자고 끙끙대었다.
이대로 금요일까지 버틸 자신이 없어 다른 정형외과를 찾기 시작한다.
역시나 당일 예약은 받는 곳이 없고 직접 와서 접수를 해보란다.
한가지 답답한 것은 의료기관에 대한 후기를 보기 힘들다는 점.
왜 한국에서는 모든 정보가 개인 블로그로 연결이 되는지.
미국에서 정보를 얻던 Yelp 같은 사이트의 필요함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아무튼, 대전 튼튼병원이란 곳을 찾아갔는데 다행히 당일접수와 동시에 진찰을 받을 수 있었다.
의사가 보자마자 수술이 필요하다고한다.
오후에 수술일정을 잡아야 한다고 부랴부랴 각종 검사(X-Ray, 피/소변검사, 초음파까지...)를 마치긴 했는데 난감한 일이 생겼다.
수술후 치료를 위해 입원을 해야한다고.
이렇게나 큰 병이었던가...
수술을 위해 점심은 금식을 하고 입원수속을 서둘렀다.
오후 1시쯤 휠체어를 타고(흐미~) 수술방에 들었는데, 마취가 덜 된 상태에서 상처부위를 마구 헤집는데 정말 힘들었다.
아무튼 수술자체는 10여분밖에 걸리지 않았고, 입원실에 돌아와 수액을 맞았다.
입원실은 5인실인데 내가 입원한 날에는 4병상이, 다음날에는 새로운 환자가 들어와서 병상이 꽉 찼다.
왜 그렇게 아픈 사람이 많은지, 대전 환자가 다 이병원에 모인 듯 하다.
만 하루가 지났는데 얼마동안 입원해야 하는지 속 시원하게 말을 해주지 않는다.
저녁회진때 입원기간에 대해 재차 문의했더니 최소 2박은 해야한단다.
집을 나설때 간단하게 치료가 될 것으로 생각해서 아무것도 준비를 해오지 않았는데 정말 난감하다.
병원에서 제공해 주는 것은 침대와 환자복뿐.
마눌님은 비누에서부터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준비하러 집에 가시고.
침상에 모니터가 달려 있어 TV 시청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침대 구조상 편하게 시청하기는 힘들다.
하루종일 수액을 맞느라 누워 있으려니 허리도 아프고 너무나 힘이 든다.
역시 아프면 안되는구나...
하루 지나고 붕대를 풀러 소독을 하는데 상처부위를 슬쩍 쳐다보니 끔찍하다.
아직 농이 다 빠지지 않았다고 핀셋으로 눌러대는데 수술시만큼 통증이 온다.
나 좀 살려주~
병원에서 2일밤을 보내며 제일 신경이 쓰이는 것은 역시나 돈문제.
수술에다 입원을 2일이나 했으니 꽤 나올텐데...
그런데 퇴원수속을 하며 깜짝 놀랐다.
수술비/약값 7일치 포함 총 금액이 126,280원. (초음파 검사비 50,000원을 제외하면 100,000원도 넘지 않았을 것)
미국에서 같은 치료를 받았다고 가정하면 최소 만불 이상은 나왔을 것 같은데.
대한민국 만세!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이렇게 좋은 의료보험체계를 미국식으로 따라 하려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일주일정도 항생제를 먹으면 낫는다고 하니 조금 불편하더라도 잘 참을 일이다.
다인실에서 예의를 지키지 않는 옆자리 환자때문에 신경이 쓰이기는 했지만,
한국에 와서 첫 입원경험, 그리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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