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17 (목)
울릉도 마지막날에 성인봉에 오릅니다.
오후에는 울릉도를 떠나야해서 아침 일찍부터 (8시) 가이드를 만나 성인봉 등산로 입구에 도착합니다.
가이드 말로는 3시간 정도면 충분한 산행인데 아직 산중에 눈이 많이 있으니 조심하라구요.
등산 시작부터 경사가 시작되는데 한참 올라가니 성인봉이 2.6km 남은 지점이 나옵니다.
그동안 갈고 닦은 등산 실력을 뽐낼 때가 왔습니다 ^^
산중에는 이름 모를 풀과 꽃들이 가득합니다.
상쾌한 공기와 함께 꽃을 감상하며 전진.
어제 성인봉 산길에 약간 비가 왔답니다.
땅이 상당히 젖어있군요.
제대로 된 등산화를 준비못해서 약간 고전이 시작됩니다.
이곳이 구름다리.
나중에 이곳에서 가이드와 만나기로 했습니다.
가이드가 말한 것처럼 산중에 녹지 않은 눈들이 꽤 됩니다.
두께가 십여센티는 넘겠네요.
산중에는 안개가 자욱합니다.
벌써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등산객들이 아마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거랍니다 ㅠㅠ
그렇다고 산행을 포기할 수는 없지요.
구름다리를 건너 계속 전진.
올라갈수록 눈이 점점 많아지면서 지면은 거의 진흙탕 수준으로 변해갑니다.
산의 경사가 심해지면서 거의 곡예하듯이 올라갑니다.
부득이 땅을 짚어야 할때도 있는데 장갑을 끼어도 손바닥이 지저분해지네요.
성인봉 등산을 너무 만만하게 본 듯 ㅎㅎ
아뿔싸! 성인봉을 1.6km 남겨놓고 등산로가 끊어집니다.
눈에 덮여 길이 보이질 않는군요.
어떻게 해야하나 망설이고 있는데 산위에서 아저씨 한분이 내려오십니다.
성인봉 1km 앞까지 갔다가 포기하고 내려오신다며 다른 길로 올라가야 한답니다.
"이짝으로는 못가유~ 내려오면서 죽는줄 알았슈~"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왜 그리 슬프게 들리는지.
눈길에서 많이 미끄러지셨는지 엉덩이가 거의 젖은 상태더군요. ㅠㅠ
할수없이 600여미터를 내려와 팔각정에서 과자를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나이드신 분들이 대거 산에서 내려오시네요.
성인봉에 다녀오신다고요 ㅎㅎ
"길이 막혔던데요?"
"그길 말고 팔각정을 돌아서 능선타고 가면 돼~"
팔각정을 돌아가는 길은 표지판이 없는 길이라 생각조차 못했었지요.
잠시 망설이다 말씀처럼 돌아가니 성인봉으로 향하는 길이 떡하니 나타납니다, 만쉐이~
이쪽에도 눈이 제법 쌓였지만 메마른 땅을 골라 밟으며 전진합니다.
빨리 산행을 마쳐야하는데 온통 주위 식물들에 마음을 빼았겨 버립니다.
해운대에서 지내다보니 산에 사는 식물이 많이 그리웠나봅니다.
능선을 따라 가는 길이라 원래 등산로보다 많이 도는 것 같습니다.
가도 가도 끝날 것 같지 않은 길이 계속되더니 마침내 성인봉까지 1km가 남지 않았네요.
산중에 나무가 무척 많은데 가지나 잎이 달려있지 않은 맨몸뚱이만 보여 조금 을씨년스럽습니다.
해가 지면 무서울 듯.
아마 저 눈 길이 엉덩이가 젖었던 아저씨가 오르셨던 코스같은데요, 경사가 제법 되어 보이네요.
아무리 걸어도 정상 비슷한 곳이 나타나질 않네요.
이름 모를 새 한마리가 힘을 내라고 응원해줍니다 ^^
드디어 정상 도착!
고생을 해서인지 폭삭 늙었습니다 ㅎㅎ
길을 잃어서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니 거의 세시간정도 걸린 듯.
성인봉 올라가실 때 물 많이 챙겨가세요.
고생은 했지만 성인봉에 오르니 기분은 최고입니다.
어제는 독도에 오르고, 오늘은 성인봉 등정!
정상에 오르니 오히려 날씨가 맑아진 듯, 주변 경치가 환상입니다.
내려가는데 가이드가 전화를 합니다.
세시간 정도면 충분한 거리인데 아직 내려오지 않으니 걱정했다고요.
눈때문에 능선을 타고 올라갔다니, 눈이 많으면 그냥 내려오지 그랬냐며 웃습니다 ^^
아무튼 하산은 거의 굴러가다시피 한시간 정도 걸렸네요.
울릉도를 떠나는 배편은 오후 세시반.
아직 시간이 있어 점심으로 홍합죽과 참소라죽을 먹습니다. (각 15,000원)
반찬은 그럴 듯한데 역시나 음식은 가격대비 기대치를 넘지 못하는군요...
식사후 육지분들을 위한 쇼핑을 합니다.
일단 울릉도 오징어 한축을 (20마리 - 마른오징어 10마리, 피대기 10마리) 구입합니다.
흐미~ 비쌉니다. 60,000원.
이것도 가이드 아는 분을 통해서 구입해서 싼거였다는 ㅠㅠ
오징어가 울릉도산인지 식별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징어에 끼운 대나무를 보면 된답니다.
반드시 '울릉도산'이라는 마크가 새겨져 있다고요.
다음으로 울릉도 특산 명이나물을 구입합니다 (한병 15,000원).
짭짤하면서 달달하니 밥 반찬으로 그만이지요.
울릉도를 떠날 시간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울릉도의 맑은 바다를 한번 더 느껴봅니다.
도동항 다리를 건너...
올때와 같은 배를 타고 포항으로 출발~
가이드가 찍어 준 울릉도 갈매기.
가이드는 가을 울릉도가 아름답다고 다시 방문하라고 권하는데 저는 한번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울릉도 출입이 너무 힘들고, 물가도 비싼 편이구요.
그래도 평생에 남을 추억을 들고 갑니다.
안녕, 울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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