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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착기/용인살기 2020~

[용인 살기] 화성 용주사&융건릉

by 실콘짱 2021. 2. 27.

2021.02.27 (토)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확진자가 하루에 3-4백 명씩 쏟아지는 상태라 계속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용인 5일장 장보기로 가끔 콧구멍에 바람을 넣어주기는 했지만 조금은 따분한 일상에 지쳐갈 즈음, 봄인가 싶게 따뜻한 날씨가 계속 유혹을 한다. 그래, 조심해서 다녀오면 괜찮겠지 자기 최면을 하며 집을 나서본다. 지난 1월초 광교 호수공원 외출 이후 2021년 두 번째 차량 나들이이다.

 

광교 호수공원을 또 가기는 그렇고 집 근처 드라이브 코스 괜찮은 곳을 찾다가 화성시에 괜찮은 곳이 많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용주사-융건릉 코스를 정한다. 집에서 화성시까지는 25km, 차량으로 30분 정도 걸리는데 이 정도면 반나절 나들이 코스로는 훌륭하다. 중간에 수원시 영통지구를 통과하는데 과연 한국은 아파트 공화국이구나 하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아파트가 많다. 근처에 삼성 SDS 등 하이텍 회사가 많아 젊은 층들이 선호하는 지역인데 아파트 가격은 서울 못지않을 정도로 비싸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는 성냥갑들이 도미노처럼 세워져 있는 것처럼 보여서 별로 호감이 가지 않던데... 왜 내가 돈 되는 부동산 알아보는 눈이 없는지 알 것 같다 ㅎㅎ

 

화성시는 '살인의 추억'으로 알려진 이미지때문에 좀 그랬는데, 실제로 방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내가 상상하던 칙칙한 이미지와는 달리 요즘 나날이 발전하느라 몸살을 앓는 도시로 보였다.

 

▼ 신라말에 길양사라는 이름으로 창건된 사찰은 병자호란 당시 소실되어 폐사되었다. 조선 후기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근처로 이장하면서 길양사를 용주사로 개명하고, 사도세자 묘의 능침사찰로 삼았다 한다. 화성시민은 무료입장인데 외지인은 1500원의 입장료가 있다.

▼ 일주문을 들어서자마자 반겨주는(?) 사천왕상. 매번 사찰에 들릴때마다 대면하게 되지만 참으로 무섭게 생겼다.

▼ 사찰 입구에 효행박물관이 있는데 코로나로 폐관중이다. 아깝네.

▼ 약간 쌀쌀한 듯 하지만 완연한 봄날씨였다.

▼ 용주사는 꽤 단출한 사찰이었다. 일주문 다음 자그마한 정원을 지나면 바로 석탑, 그리고 그 뒤로 대웅전 건물이 나타난다.

▼ 지금 보이는 게 전부일 정도로 자그마한 사찰.

▼ 대웅전 뒤쪽으로는 스님들 숙소인 듯, 일반인은 출입금지 구역이다.

▼ 사찰 규모도 작고 별로 볼 것이 없다... 아쉬워서 파아란 하늘만 계속 쳐다본다.

▼ 봄이 오면 고목에도 잎이 무성해지겠지. 입장료 1500원이 무척 아쉬웠던 용주사였다.

▼ 다음은 융건릉 차례. 그런데 주말이라 그런지 주차장이 만원이다. 근처에 주차할 곳을 찾다가 발견한 카페. 원래 계획은 융건릉 관람을 마치고 커피를 마실 예정이었는데 순서가 조금 바뀌었다. 카페 주인장은 친절하게도 커피 마신 후 융건릉에 다녀올 때까지 주차를 허락해 주었다.

▼ 아담한 2층 카페. 맛난 과자&케이크도 팔고 있다. 커피는 약간 씁쓸하게 느껴질 정도로 진하다. 이 카페의 장점은 바로 앞의 융건릉 경치를 볼 수 있다는 점.

▼ 커피를 마시고 융건릉으로 향한다. 조선시대 대부분 왕들이 효자였지만, 22대 정조 임금은 특히나 더 효자였던 것 같다. 하긴 왕의 집안사를 들여다보면 측은하기까지 하다. 할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한 아버지 사도세자. 영조 재위 시에는 항의도 못했을 테고, 자신이 왕이 된 후에도 많은 신하들의 반대로 사도세자의 추증조차 힘들었던 세월. 그러한 사도세자와 정조 내외를 모신 융릉&건릉.

▼ 융건릉 입장료는 1000원. 용주사보다 저렴하면서 볼거리는 더 풍부하다. 입구에 한옥 한 채가 번듯하게 세워져 있다.

▼ 먼저 사도세자가 모셔져 있는 융릉으로 향한다.

▼ 왕의 아버지가 이장한 장소이니 얼마나 잘 골랐을까. 널찍한 공원에 커다랗게 솟은 능 주위로 소나무가 심어져 있는데, 보통의 소나무처럼 굽은 소나무가 없다.

▼ 능의 구조는 단출하다. 능 바로 앞에 제사를 지내는 사당 건물이 있고, 우측에 비석을 모신 비석당이 있다.

▼ 비행기가 지나간 자국은 아닌 듯싶은데 기다란 띠구름이 하늘을 멋지게 수놓고 있다.

▼ 아버지에 대한 애끓는 효심을 가진 왕의 무덤은 아버지 무덤에서 백여 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 정조의 능, 건릉으로 향하는 길.  

▼ 중간에 넓은 초지가 나오는데 탁 트인 하늘이 가리는 것 없이 보여서 더욱 좋다.

▼ 건릉의 규모나 생김새는 융릉과 비슷하다. 유언으로 남겼을까? 아버지 무덤과 같게 해 달라고?

▼ 정조는 왕비 효의왕후와 이곳에 합장되어 있다. 죽어서나마 근처에서 아버지와 함께 누워 효심을 다하고 있는 듯한 정조. 개인적으로는 세종대왕과 맞먹는 성군으로 생각되는 왕인데 불행한 개인사가 없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 융건릉은 입장료도 저렴하지만, 드넓고 막힌 것 없는 산책로 때문에 지역주민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주변에 맛집, 카페도 많아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다. 꽃피는 봄, 낙엽 지는 가을에 다시 한번 들리고픈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