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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착기/대전살기 2014~

[대전 살기] 도서관 & 성석제 '투명인간'

by 실콘짱 2015. 3. 20.

어렸을때부터 책 읽는 것을 참 좋아했습니다.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아서 집에 책이 별로 없던터라, 책이 많은 친구집에 가서 친구와 놀기보다 책에 빠져있던 적도 많고

(결국 친구엄마가 안좋아 하셔서 쫒겨났지요 ㅎㅎ), 국민학교 고학년때부터는 도서관에 책이 많은 것을 깨닫고는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습니다. 책종류에 상관없이 닥치는대로 읽는 편인데 아무래도 소설을 제일 많이 읽은 것 같습니다.


미국에 살때는 알라딘us를 통해 책을 구입하면서 책에 대한 갈증을 풀었고, 

귀국할때 살림 정리하는 것보다 그동안 모은 책들을 정리하는게 가슴이 더 아프더군요.


이런저런 이유로 도서관이 제가 은퇴 후보지를 고르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조건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대전은 교통이 편리하고, 공기 좋고, 먹거리가 저렴하면서, 근처에 걷기 좋은 곳이 많은, 

그야말로 아주 이상적인 은퇴 후보지인데 딱 한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다면 도서관입니다.


해운대에 살때에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었고, 장서도 아주 풍부해서 매주 책 읽는 즐거움에 빠졌었는데

대전에서는 도서관이 주거지에서 먼 편이고, 제가 원하는 분야의 책들이 별로 없어서 조금 실망입니다.

대전시에서 도서관에 별로 투자를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특히 겨울이면 야외활동보다는 책읽기를 즐겨하는 편인데,

추운 날씨에 굳이 도서관까지 책을 빌리러 왔다갔다 할 정도의 매력이 못느껴질 정도입니다.

책에 대한 열정이 식은건 아닌 듯 합니다만 ㅎㅎ


한가지 좋은 점은 대전 도서관에서 각 아파트로 2주마다 한번씩 도서차량이 오는 것인데요, 

제가 사는 아파트에도 이 차량이 옵니다.

한가지 단점은 빌려 볼만한 책이 도서관보다 더 없다는 점 ㅎㅎ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아서 차량이 올때마다 들려보는데 지난주에 빌린 책중에 아주 괜찮은 책이 있었습니다.


▼ 성석제의 '투명인간' - 2014 창비 출간


성석제씨는 우리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불리며 1990년대에 활약했던 많은 소설가중의 한명인데,

미국이민 초기에 이분 소설을 읽으며 한국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위트가 넘치며 심각한 소재를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그의 소설을 많이 좋아했는데,

운 좋게 도서차량에서 성석제씨의 신작을 보게되어 바로 집어들었지요.


소설을 읽으며 든 생각은 역시 '연륜의 힘은 대단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약간은 탈속적이면서 가벼운 듯한 그의 문체는 진중하게 바뀌어 있었고,

주제는 현실에 무섭도록 자리하고 있더군요.


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많은 분들이 우셨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영화는 보지 않았습니다만 성석제씨의 '투명인간'이 '국제시장'과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소설을 읽다가 중간에 눈물이 났습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저의 인생이 소설과 겹쳐지면서 공감이 가기도 하고...


날이 풀리면 도서차량 말고 도서관에 직접 가서 좋은 책으로 여러권 골라 봐야겠습니다.

산에도 가야하고 책도 읽어야하고, 아주 바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