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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착기/은퇴&역이민 일기

어느 은퇴자의 시간 보내기 - 1. 읽기/공부 (전편)

by 실콘짱 2020. 4. 7.

은퇴자라는 이름으로 생활을 시작한지 벌써 8년쨉니다.

그동안 산좋고 물좋은 곳을 찾아 헤매다 용인에 정착한지 어느덧 2달.

참 세월 빠르네요...

 

'백수가 과로사한다'라는 농담이 있지만 실제로 저는 은퇴하고서 더 바빠졌습니다.

예전에는 자의보다는 경제적인 이유로 바쁘게 살아왔지만,

은퇴후에는 왜 그렇게 하고 싶은게 많은지 하루가 24시간인게 아쉬울 정도입니다.

그래도 프로젝트 데드라인 지키듯 빡세게 살아갈 필요는 없으니 스트레스가 적어 좋습니다.

 

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를 목표로 하고 준비를 한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보니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고, 현재 삶이 참 만족스럽습니다.

FIRE의 장점이라하면 자신의 삶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점이고,

반면에 단점은 시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오히려 나태해지기 쉽다는 것이겠죠.

 

많은 분들이 은퇴후의 삶에 대해서 기대반 걱정반인 경우를 봤는데요,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구나하는 기분으로 가볍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은퇴 3년전부터 각종 성인병 징후가 나타나고, 덩달아 직장일도 힘에 부치기 시작하면서,

은퇴를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은퇴전후 이야기는 예전에 올린 글이 있으니 참조하시고.

아무튼 은퇴후 제 생활은 주로 3가지 일에 집중됩니다.

1. 운동

2. 읽기(라고하면 너무 좁고, 그냥 이것저것 머리쓰기 정도로 하면 될 것 같습니다)

3. 여행

 

오늘은 먼저 '읽기' 이야기부터 해보겠습니다.

어릴때부터 활자중독이라할 만큼 항상 손에 읽을거리가 들려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업에 실패하신 아버지 덕분에 집에 변변한 책이 없어서 신문,잡지 손에 잡히는대로 읽었습니다.

(선데이서울도 읽...)

그당시에는 신문연재소설중 꽤 쓸만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신문이 국한문 혼용체다보니 성인을 위한 소설이 대부분이었는데, 국교 꼬맹이가 겁도 없이...

생각나는 신문/잡지소설은 최인호 별들의 고향, 이병주 행복어사전, 정비석 명기열전 등등...

 

중학생이 되어 집안형편이 풀리면서 집에 세계문학전집, 한국문학전집 수십권이 생겼고,

수준에 맞는지도 모르면서 전부 독파했습니다.

그때 읽은 책들이 아직도 생각나네요,

적과흑, 데미안, 수레바퀴밑에서, 테스, 폭풍의언덕, ...

 

이광수와 김동인, 김동리, 심훈, 김유정 소설을 좋아했습니다.

상록수, 사랑, 마의태자, 김동인/김유정 단편소설들...

박종화씨 다정불심을 보며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안타까운 사랑이야기에 눈물을 흘리고...

대부분 성인용 소설들이었는데 부모님이 잘 모르고 사신 듯 합니다 ^^ 

 

중3때 도서관에서 아라비안 나이트 전집을 대하면서 매일 방과후 도서관에 살다시피했지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알라딘의 마술램프가 나오는 그런 아동용 아라비안 나이트 말구요,

원본 아라비안 나이트였습니다. 총 10권짜리.

리처드 F 버턴경이 펴낸 영문판을 번역한 것 같은데, 너무 야해서 한때 유럽에서 금서로까지 지정되었다죠.

범우사에서 나온걸로 기억하는데 찾아보니 아직 있네요 (http://www.bumwoosa.co.kr/product/view.php?id=1083&cid=30)

어찌 중학교 도서관에 그런 책이 있었는지, 행운이었지 말입니다 ^^

 

고2때 갑자기 무협지에 꽂혀서 그해 겨울까지 동네 만화방에 있는 대부분의 무협지를 끝낸적도 있습니다.

일주일에 적어도 두세질씩 읽었으니 아마도 수천권은 될 것 같습니다.

김용, 와룡생은 물론이고 검궁인, 사마달, 야설록, 서효원, 와룡강, 진청운, 금강 등등

사실 한국 무협지가 더 재밌었습니다.

나중에는 스스로 무협지를 써볼까도 생각했었던...

 

아무튼 이런 활자중독 습관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것이 은퇴생활에 톡톡히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쓰다보니 너무 길어지는군요, 오늘은 여기까지...

 

범우사 아라비안 나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