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0 (수)
어쩌다 보니 강화도와는 인연이 없었다. 이민을 떠나기 전이나 후에나, 강화도에는 들릴 일이 없었는데, 용인 근교 짧은 여행코스를 찾다 보니 강화도가 후보지로 떠올랐다. 우리 민족의 기원이 시작되었다는 마니산 참성단, 전등사 등등 볼거리가 많은 곳인데 수도권의 서쪽이어서 그런지 인연이 닿지 않은 것 같다. 주로 동남쪽으로만 여행을 다녔으니. 아무튼 속초/강릉을 다녀온 다음주 강화도로 떠난다.
▼ 맛집을 일부러 찾아다니는 편은 아니지만 일단 관광지에 가게 되면 먹거리를 찾는 것이 인지상정. 내가 주로 찾는 곳은 현지인이 애용하는 가성비 좋은 맛집. P2가 며칠 전부터 삼겹살을 먹고 싶다고 하여 삼겹살집을 골랐는데... 도착하고 보니 식당 분위기가 왠지 공사장 함바집처럼 느껴진다. P2도 잠시 주춤거리다 식당을 다시 찾기도 해서 들어가기로 한다.
▼ 다행히 실내 분위기는 외부와 딴판. 아주 깔끔한 편은 아니지만 나름 청결해 보인다. 삼겹살을 먹으려했지만 주위를 보니 모두들 김치찌개를 먹고 있었다. 주인에게 문의를 해보니 삼겹살에는 찌개가 제공되지 않는다고, 가격도 그렇고 주위 분위기를 봐서 김치찌개를 주문하기로. 반찬 가짓수가 많지는 않지만 아주 깔끔하니 입맛에 맞는 것들로만 모였다.
▼ 주문한 삼겹살 김치찌개. 그.런.데. 세상에나, 태어나서 먹어본 김치찌개 중 최고로 맛이 좋았다. 눈치가 없게 라면사리를 먼저 넣는 바람에 국물이 졸았는데, 친절한 주인장께서 육수를 듬뿍 채워주신다. 먼저 김치찌개를 건져먹고 사리를 넣는 게 순서라고. ㅎㅎ 아무튼 배가 터질 지경인데도 숟가락이 멈추질 않는다. 이 김치찌개를 먹으러 강화도에 가고 싶을 정도. 일단 강화도 여행 출발이 좋다.
▼ 강화도는 고려때 삼별초의 난, 조선 때 신미양요 등 외세의 침략에 얼룩진 슬픈 역사를 지닌 곳이다. 한편으로 대한제국 최초의 한옥성당(강화성당)이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천천히 길을 따라 걷는데 강화도의 종교이야기가 해설되어 있는 표지판이 나온다.
▼ 또한 강화도는 강화도령으로 알려진 철종이 왕으로 모셔지기 전에 살던 곳이기도 하다. 원래 왕이 살던 곳은 초라한 초가집이었는데, 왕족으로 격상됨에 따라 초가집을 허물고 그 자리에 기와집을 지으면서 용흥궁이라 명했다 한다. '궁'이라 이름 붙여졌지만 아주 단출한 한옥집이다.
▼ 용흥궁을 돌아서면 대한제국 최초의 한옥성당인 성공회성당이 나타난다.
▼ 역시나 성당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천주성전'으로 명명된 본당 건물 내부는 마치 시골 분교 교실처럼 나무 책/걸상으로 채워져 있다. 저 멀리 동방의 자그마한 나라까지 선교를 하러 나선 유럽 신부/수녀들의 역사가 사진으로 진열되어 있다.
▼ 본당의 규모는 작지만 터는 참으로 훌륭하다. 그리 높지않는 언덕배기에 위치하여 강화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 이곳에는 또 하나의 성당이 있다. '진무영 순교 성지'로 알려진 강화성당이다. 병인양요를 촉발시킨 천주교인 순교지이기도 하다. (최인서와 장치선 등 다수의 천주교인들이 처형됨). 성당 내부는 현재 수리 중인 듯.
▼ 앞에서 잠깐 언급을 했지만 강화에는 고려시대 궁궐이 존재했던 곳이다. 고려시대 대몽항쟁 기간중 수도를 개성에서 강화로 옮긴 후 궁궐을 건립하고 39년간 사용한 곳인데, '고려궁지'라 불리고 있다. 병자호란, 병인양요 때 대부분의 전각이 파괴되고 현재 남아있는 건물은 강화외수부 동헌, 외규장각 등 몇 개 없다.
▼ 캄보디아에서도 느꼈지만, 현재 문화강국이라 불리는 프랑스가 동방의 자그마한 나라를 침탈하면서 벌인 일을 보시라. 프랑스뿐이랴. 영국, 네덜란드, 스페인 등,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이 부끄러운 과거를 갖고 있는데 과연 그들의 조상이 한 일들을 제대로 사과는 했는지.
▼ 강화의 슬픈 역사여행은 이 정도면 되었고, 커피를 마시러 유명하다는 '조양 방직'으로 향한다. 1937년 방직공장으로 설립되어 1958년에 폐업된 방직공장인데, 2010년대 중반 경 미술관 카페로 재탄생하게 된다. 카페 외부에 어마어마한 주차장이 있는데, 평일 오후임에도 주차장은 거의 만원사례.
▼ 카페에 들어서면 예전 공장에서 사용하던 기계 등과 우리가 어린시절 함께했던 추억 어린 물건들이 널려있다. 입장료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사람이 나타나질 않는다. 입구 쪽에서 대충 구경을 마친 터라, 다른 카페로 가기로 한다.
▼ 강화 바다 풍경이 잘 보인다는 갈릴리카페. 펜션도 겸하고 있는 듯.
▼ 꽃과 식물이 가득하고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따뜻함이 느껴지는 카페였다. 실내장식도 아주 아기자기.
▼ 후기처럼 정말로 강화 바다가 아주 잘 보인다. 썰물로 저 멀리 훤히 드러난 갯벌이 잠깐 하는 사이에 바닷물로 덮혀진다. 요즘 멍 때리기가 유행한다는데, 이곳에서 '물멍'하면서 몇 시간 앉아 있어도 좋을 것 같다. 강화도가 참 좋다...
▼ 계속 카페에 앉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예약한 펜션으로 가는데, 이곳도 아주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았다.
▼ 펜션 한쪽에는 카페 겸 식당으로 쓰이는 단독 건물이 있는데, 아무 때나 커피를 내려먹어도 좋다 하니 괜찮네.
▼ 방은, 음... 산토리니 풍으로 꾸며놓았는데, 약간 웃음이 나오는 그런 느낌. 작은 주방이 있어 간단한 요리도 가능하고, 침실이 따로 있어 좋았지만, 다음에 다시 올지는, 음...
▼ 방 한편에 바베큐를 할 수 있는 베란다가 있었는데, 여행지에서 요리를 하지 않는 우리에게는 없어도 그만인 곳.
▼ 강화에 왔으니 낙조 구경을 해야지. 이른 저녁을 먹고 낙조로 유명한 장화리로 향한다. 그리 길지 않은 논 옆길을 지나.
▼ 이곳 낙조가 유명한지 벌써 여러 명이 모였다. 와, 아까 갈릴리 카페에서 본 물멍보다 좋다. 해가 천천히 지면서 바다에 비추는 낙조가 참 멋지다.
▼ 결국 주위가 컴컴해질 때까지 바다 구경을 하다 쌀쌀해진 날씨에 펜션으로 발길을 돌린다.
슬픈 역사를 지닌 강화섬. 왜 이제야 찾았을까 하는 아쉬움 반, 이제라도 와봤으니 좋다는 심정 반. 다시 강화를 찾아 삼겹살 김치찌개와 '물멍', 그리고 낙조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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