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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2022 여행

2022 단풍을 찾아서 1차 여행 1일차 - 남해 보리암, 독일마을

by 실콘짱 2022. 11. 18.

2022.10.31(월)

 

가을이다. 코로나는 여전히 우리의 주위에 있지만 조금은 무덤덤해진 느낌이랄까. 여전히 주중 여행만 고집을 하고,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는 편이지만,  깊어져 가는 가을 단풍을 놓치기는 너무 서운하다. 이제 매년 코스처럼 되어버린 1차 가을 단풍 여행길에 나선다. 10월 말에는 주로 순천, 담양을 둘러보는 편이지만 올해는 남해를 포함시켜보기로 한다. 땅끝마을 해남과 맞닿은 남해, 독일마을로 유명한 곳이지만 워낙 먼 곳이라 쉽게 여행지로 선택하기 힘들었다. 더 늦기 전에(?) 남해 경치를 눈에 담아보고 싶은 마음에 남해를 향해 출발.


▼ 집에서 9시30분에 출발했는데 남해 보리암에 도착하니 오후 2시 30분. 중간에 휴게소에서 점심도 먹고, 커피도 마셔가며 쉬엄쉬엄 왔더니 5시간이 걸렸다. 예전에는 10시간 넘는 거리도 중간에 쉬지 않고 한 번에 주행하고 했었는데...

▼ 보리암에 입장하는 방법은 조금 독특하다. 산중에 위치한 보리암에 주차장이 협소하다보니 아예 산 입구에서부터 차량이 통제된다. 보리암 구경을 마치고 나오는 차가 나오면 한 대씩 들여보내는 시스템. 합리적이긴 하지만 입구에서 언제 입장할지 모르는 상태로 계속 대기하려니 조금 답답하다. 평일임에도 거의 30여분을 기다려서 입장했는데, 주말이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ㅎㅎ 주차료 5,000원에 비해 입장료는 1,0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 산입구에서 보리암까지 향하는 길은 그야말로 천당으로 가는 계단길을 걷는 기분이다. 경사가 험하고 구불구불한 길이 15분여 계속된다. 주변 경치는 너무 아름다운데 운전 때문에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보리암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보리암을 향해 걷는다. 아, 참 좋다!

▼ 산 중턱에 서면 저 멀리 남해바다가 보인다. 예전 여수에서 보던 다도해 느낌이 그대로 되살아난다.

▼ 보리암을 품은 금산.

▼ 예로부터 양양 낙산사, 강화 보문사, 여수 항일암과 함께 해수관음 성지로 이름난 남해 보리암. 3곳을 이미 다녀왔으니 이곳이 마지막 해수관음 성지가 되겠다.

▼ 깊은 산중에 꼭꼭 숨겨져 있는 보리암. 입구부터 압도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마치 부처님이 주먹을 꽉 쥐고 있는 듯한 거대한 바위, 저 안에 손오공이 꽁꽁 묶여 있으려나.

▼ 산중턱에서 잠시 맛봤던 남해의 풍경은 그야말로 약과였다. 이곳이 진짜 남해 전망대.

▼ 멀리 보이는 산에는 울긋불긋 단풍이 물들고.

▼ 이 곳에서 들리는 종소리는 왠지 다른 사찰에서 나는 소리와 다를 것만 같다.

▼ '암'자가 붙어 있는 만큼 보리암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암자 뒤쪽으로 올라본다.

▼ 암자 뒤쪽에도 멋들어진 바위가 자리 잡고 있다. '화엄봉'

▼ 이곳에도 '흔들바위'가 있다. 거북이 모양을 닮았다고 '귀암'이라 불리기도 한다.

▼ 약간 험한 산길을 잠시 내려가면 바위 계속 사이에 '금산 산장'이 자리 잡고 있다. 저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아침에 남해를 내려다보면 어떤 기분일지.

▼ 암자 한켠에 서 계신 인자로운 모습의 관음보살님은 기도하는 이의 소원을 들어주신다고.

▼ 암자 규모는 작아도 오르내리는 길은 험하다. 계단 개수가 100여 개가 넘어 다리가 뻐근할 정도이다.

▼ 보리암에서 3시간여를 보내다보니 어느덧 저녁식사 시간. 원래 독일마을에서 유명하다는 슈니첼을 먹으려 했지만 아쉽게도 오픈하지 않았다. 월요일이라 그런 듯. 주중 여행의 단점이긴 한데 어쩔 수 없다. 문을 연 식당이 없어 한참을 걸려 멸치쌈밥집을 찾았다.

▼ 멸치쌈밥과 멸치회무침 세트를 주문한다. 남해에서 유명하다는 '죽방멸치'로 만들었다는데 생각보다 맛이 괜찮았다. 생김새에 비해 그리 맵거나 짜지도 않고. P2는 쌈밥보다 멸치회가 더 맛있었다고.

▼ 낮보다 저녁에 더 아름답다는 독일마을로 향한다. 저녁식사로 계획했던 슈니첼을 파는 레스토랑. 내일은 꼭 열기를.

▼ 독일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정말 이런 분위기일 것만 같다. 아주 이색적이면서 아기자기한 유럽풍경이 펼쳐진다.

▼ 차에서 내려 천천히 독일마을을 돌아봤는데 정말 잘 꾸며진 것 같다.

▼ 숙소는 남해바다 바로 앞 펜션. 개인 수영장까지 딸린 펜션인데 성수기라면 가격이 꽤 나갔을 것 같다. 너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주변 구경을 제대로 못했는데, 아침 산책에 나서보니 남해바다가 참 좋다.

▼ 바닷가는 모래사장이 아니고 각종 조개껍질로 뒤덮인 상태. 그런데 굴이 제법 보인다. 따서 먹을 수 있을까.

▼ 다시 독일마을로 향한다. 저녁에 보았던 풍경과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1960, 70년대 독일에서 광부, 간호사로 고생을 하며 조국을 도왔던 분들이 조금이나마 편하게 지내시라고 조성한 독일마을, 이제는 그분들의 쉼터라기보다는 관광지로 더 유명해졌지만.

▼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마을 전체가 경사진 곳에 위치해서 도보로 돌아보기에는 조금 힘이 든다. 일단 마을 꼭대기에위치한 파독전시관에서 시작하기로 한다. 전시관 주변에는 커다란 광장이 조성되어 있고, 독일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식당도 있다. 

▼ 파독 한인들의 생활상을 전시해 놓은 '남해파독전시관'

▼ 입구는 깔끔했는데 이어진 탄광 모습의 복도와 주변에 전시된 사진, 글귀를 읽다 보니 눈시울이 붉어진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못 사는 조국을 돕고자 한평생을 바치신 분들께 경의를.

▼ 다시 독일마을로. 경사진 언덕 아래로 저 멀리 남해가 보인다.

▼ 귀향하신 분들이 사는 마을도 보기 좋았지만, 큰길을 따라 조성된 여러 상점들을 구경하는 재미는 쏠쏠하다.

▼ 드디어 어제부터 벼르던 슈니첼을 맛보게 되었다. 독일마을 식당 아니랄까 봐 오픈 시간을 정확히 지켜 문을 열고 손님을 맞는다. 먼저 헝가리 전통 수프 '굴라쉬'와 슈니첼 세트 (슈니첼+케제 슈페츨레)를 주문한다. 가격대가 상당하지만 꼭 먹고 싶은 음식이었으니 뭐. 원래 독일 맥주와 함께 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 넘의 운전 때문에 ㅡ.ㅡ

▼ 음식은 전체적으로 괜.찮.았.다. 아주 와!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한 번쯤은 먹을만한 음식이었다. 물론 동네에서라면 이런 가격을 주고 먹을 리는 없겠지만.

▼ 배가 불렀지만 독일마을을 좀 더 즐기려 전망 좋은 카페에 들러본다. 햇볕은 뜨겁지만 그늘에 들면 서늘하다. 참으로 요상한 날씨. 

남해의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흐른다... 일어나자. 다음 행선지로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