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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제주,울릉도

2023 봄 제주 여행 1-3일차

by 실콘짱 2023. 5. 27.

2023.04.06(목)-2023.04.08(토)

 

작년하고 비슷한 시기에 다시 방문한 제주. 사실 이번 방문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 그 이유는 제주에 대한 애정이 식었다기보다는, 너무 비싼 물가에다(비행기값 포함) 하얏트 멤버로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거의 사라졌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포인트로 숙박할 수 있었던 제주 그랜드 하얏트. 이제는 더 이상 하얏트 멤버에게 매년 나오는 무료숙박권을 사용할 수가 없게 되었고, 포인트 차감률도 엄청 올랐다. 하얏트 숙박을 못하게 됨이 제주에 못갈 이유가 되지는 않겠지만, 여행경비를 따져보니 제주보다 동남아에서 훨씬 알차게 지낼 수 있다는 결론이 났다. 아무튼 제주를 꼭 방문해야 하는 이유가 없다면 다시 찾기 힘들 것 같다.


▼ 살짝 비가 내리는 제주공항, 이런 날이 사진은 더 잘 찍히는 법.

▼ 이번 여행은 제주시 동문시장 근처에서 3박, 그리고 포인트 차감률이 오르기전 제주 그랜드 하얏트 4박으로 정했다(무료 숙박권 2장 포함). 먼저 동문시장 근처에 위치한 아라팰리스라는 호텔(?). 사이즈가 작은 편이지만 세탁기, 주방시설 등 다 갖추었다. 동문시장에 걸어갈 수 있어 위치도 좋고, 가격도 합리적이다 (3박에 19만원). 

짐을 풀고 저녁거리를 마련하러 동문시장으로 향한다. 제주에 왔으니 해사물을 먹어야하는데... 리뷰를 보고 찾아간 횟집은 대기줄이 엄청나다. 굳이 기다릴 필요까지는 없어서 근처 수산시장에서 구입.

회만 사려했는데 수산시장 바로 옆골목에서 엄청난 인파가 몰려있는 것을 보게된다. 알고 보니 바로 동문야시장. 수많은 포장마차에서 특색 있는 메뉴로 사람을 이끌고 있었다.

동문시장에서 구입한 모듬회, 소라회, 전복김밥으로 근사한 저녁상이 차려졌다.

후식으로 딸기와 오메기떡까지 먹으니 제주에 있는 실감이 난다. 아, 이 기분을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있을까?

다음날 곽지해수욕장으로 향한다.

작년에는 바람이 엄청 불어서 추웠던 기억이 나는데 오늘은 바다도 잔잔하고 날씨가 아주 좋다.

내륙(?)에 살다보니 바다 보기가 힘들다. 이 맛에 제주를 찾는 건데...

해변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걷는다. 바닷바람은 기분 좋게 불어와 콧잔등을 간지럽히며 달아난다.

생각보다 유채꽃을 찾기 힘들었다. 해변산책로 윗길에서 유채꽃밭을 발견했는데 귀한 것을 보게 되니 반갑다.

다음지도를 이용해서 맛집을 찾아가려 했지만 20분간 헤매다 포기. 결국 근처에 있는 보리밥집에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맛이 괜찮았다. 가격도 착하고.

계속 걷다 보니 어느새 애월 도착.

그.런.데. 길에 사람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요즘 사람들은 걷는 것을 싫어한다더니, 차들은 많이 다니는데 걷는 사람은 보기 힘들었다. 드라이브도 좋지만 이런 풍경은 천천히 걸으며 감상하는 것이 좋은데...

얼마 전부터 P2가 대패삼겹살 노래를 부르더니만 마침 숙소 근처에 대패삼겹살집이 있었다.

나는 두툼한 삼겹살을 선호하는 편인데 대패삼겹살도 맛있었다. 양이 너무 적어서 그렇지. 된장찌개와 폭탄계란찜까지 곁들이니 풍성한 식탁이 차려진다.

이제는 여행을 가더라도 바쁘게 이것저것 많은 액티비티를 하는 것보다 한 곳에서 오래 머물며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는 것이 좋다. 이런 스타일의 여행을 하다 보니 내가 여행을 하는 것인지 동네에서 사는 것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있다. 아무러면 어떠랴, 집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서 느끼는 감정, 그리고 돌아갈 집이 있다는 안도감, 그거면 충분한 거지.

또 날이 밝고 점심식사시간이 되었다. 동문시장 근처에 평이 괜찮은 생선집이 있어 들려본다. 

갈치구이와 고등어조림을 주문했는데 그냥 한 가지 메뉴로 할 것을 그랬다. 허리가 약간 굽으신 할머니가 분주히 요리를 하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아침을 먹지 않아 약간 시장한 상태인데, 벽에 붙은 글이 눈에 띈다. 산울림의 '어머니와 고등어' 가사인 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다른 내용이다. 시인 듯 산문인 듯 제주방언이 많이 섞여 읽기가 힘들지만 어머니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집 음식맛이 그런 것 같다. 맛집은 아니지만 어머니가 해준 밥처럼 따뜻한...

따뜻한 식사를 마치고 제주민속발물관 근처의 '신산공원'을 찾았다.

규모가 아담한 공원인데 봄꽃과 나무가 아주 잘 가꾸어져 있었다. 알고 보니 벚꽃명소라고.

제주민속발물관, 내부는 구경하지 않고 정원만 둘러보아도 충분하다.

모아이 석상을 닮은 작품도 보이고, 물독을 채우는 제주어멍, 돌하르방까지. 제주느낌이 팍팍 나고 있다.

저녁은 다시 동문시장을 찾아 어제 점찍어두었던 해삼, 소라, 그리고 김밥으로 마무리. 제주에서의 시간은 천천히 흘러간다.